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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왕국's 힐링스토리

19대 대통령 당선을 예언하다.

by 원반샘 2017. 5. 8.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박 대통령은 심리적으로 의존 상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그마저도 극소수다. 그리고 이들 소수는 '박근혜'를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다. 박 대통령 본인도, 심리적으로 굉장히 의존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박근혜 정권은 수구 보수 세력의 공동 정권일 수 있다. 물론, '실세가 누구냐?'에 따라 정권의 주인이 달라질 테지만...

박 대통령이 말을 더듬거리는 모습이 TV에 자주 노출된다.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정도면 심각하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할 뿐 아니라, 사안을 대하는 태도도 긍정적이지 않다는 신호다. 정서적으로 이미 패닉상태(공황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2015년 4월29일, 인터넷매체 <프레시안>에 실린 심리학자 김태형의 인터뷰 가운데 일부다. 심리학자의 족집게 진단은 탄핵국면에서 새삼 화제가 됐다. 정치학자나 시사평론가가 아닌 심리학자가 마치 예언이라도 하듯 현 정치 상황을 정확히 짚어냈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는 파면을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상태는 "정신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었다. 무기력과 폭주가 오락가락할 것이다. 불안감에 몸서리치다 대포도 쏘고 계엄령도 선포하고 싶을 것"이라 진단한다. 자기 세계에만 빠지는 자폐 성향에다 세상을 향해 방어막을 치고 살아온 사람을 정치상품으로 이용, 권좌에 올려놓은 세력은 알고도 일을 저지른 확신범이라 죄질이 더 나쁘다고 말하기도 한다. 탄핵 과정과 그 이후에 보여준 박 전 대통령과 측근들의 태도를 보면 충분히 수긍이 가는 말이다.

그렇다면 정치에 있어 심리학은 얼마나 중요한 영역일까. 2차 대전 중에 미국이 히틀러의 심리분석을 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1944년 루스벨트 미 대통령은 미 중앙정보부에 히틀러의 심리분석을 요구한다. 히틀러의 성경적 특징과 상황을 정확히 안다면 연합국의 유럽상륙 작전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심리학 보고서를 통해 루스벨트는 히틀러가 자신감 넘치는 유형이 아니라 전쟁 중에도 수차례 코 성형수술을 하는 등 보이는 이미지에 집착하고 불안감이 심한 유형임을 알게 된다. 그래서 연합군의 공격이 시작되면 극도의 불안감과 스트레스에 휩싸여 통제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서부전선에 연합군을 투입하기로 한 루스벨트의 과감한 결정은 히틀러에 대한 심리분석에 기초한 것이었다고 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지난 탄핵국면에서 법치국가 대한민국이 이토록 허술한 나라였던가. 민주공화국의 내부가 이토록 부실했던가 하는 사실도 충격이었지만 우리의 대통령이 보통 사람들의 아픔에 대부분 공감하지 못한다는 사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수긍하고 납득해야 할 가치와 도덕에 무감하다는 사실도 큰 충격이었다. 이러한 웃픈 현실이 국민들에게 준 숙제가 있다. 지도자를 뽑을 때 반드시 살펴야 할 부분의 하나가 바로 '심리적 건강성'이라는 사실이다.

그런 맥락에서 심리학자 김태형이 새로 펴낸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은 매우 흥미롭다. 19대 대선에 출마한 유력 정치인들의 자서전과 언론 인터뷰, 지인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한 심리학적 분석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갚을 필요가 없지만 빚은 갚아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문재인의 2017년 대권 도전은 크나큰 감동 반, 빚쟁이 심리 반이 합쳐져서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에게 국민적 지지는 절대적인 중요성을 갖는다.(적어도 무의식적으로는) 사랑받기 열망이 강한 문재인은 국민적 지지가 있으면 행복하겠지만, 국민적 지지가 없으면 불행해질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의 대권 의지는 국민적 지지 정도에 정비례 할 수 밖에 없다. (책 59쪽)

문 전 대표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인생을 다 바치고자 했던 혁명가가 아니다. 시대가 자기한테 무언가를 요구하면 피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하는 양심적인 지사나 지식인에 가깝다. (책 77쪽)

책에 의하면 문재인은 착한 사람이다. 다른 이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쓰는 심리가 강해 정치에 뜻이 없었음에도 2012년 대권에 도전했다. 국민의 기대 때문이다. 이번에 출마를 하게 된 것도 지난 대선에서 국민에게 진 빚을 갚고 싶어서라고 풀이한다. 위험한 것은 자기내면으로부터의 권력의지가 없기에 지지자들이나 국민들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정치입문을 후회할 수 있거나 어려운 국면의 돌파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은 기본적인 심리가 형성되는 결정적인 시기라고 할 수 있는 청년기 이전까지 노동자였고, 그의 가족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노동자요 서민층이다. 이것이 그가 대선에 출마하는 시점까지도 일반 국민과의 일체감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객관적인 기초로 작용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책 96쪽)

책에서는 이재명 시장의 심리적 건강성에 높은 점수를 준다. 출마선언 장소로 성남 오리엔트시계 공장을 택한 것도 가난했던 시절을 숨기지 않는 당당함으로 풀이한다. 내면에 분명한 정치적 동기가 있다는 점, 자신의 상처에 대해 긍정한다는 점도 심리적으로 안정된 유형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라 말한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명예롭고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한다. 인생관이 건강하다. 문 전 대표와 유사한 '모범생'이지만, 나름의 반항을 한다. 의사로서의 길을 저버리고 벤처를 창업하거나 정치에 뛰어든 일 등이다. 그러나 막무가내로 반항하지는 않는다. 일단 의대에 진학하고, 아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갖추고, 기반이 있는 상태에서 반항한다. '성공하는 반항'이다. 이기는 싸움만 한다.
실제로 그는 결단을 내릴 때 '사회의 긍정적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면서, "사회발전의 도구로 쓰인다면 정치도 감당할 수 있다."라고 말해왔다.(...) 집단주의 인생관을 가지로 있는 이들은 흔히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거나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등의 표현을 사용하지 '흔적을 남긴다'는 표현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안철수는 어째서 그런 독특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일까? 단순한 언어 습관일까 아니면 다른 심리적인 원인이 있을까? (책 150쪽)

'진짜 반항아'에 가장 가까운 인물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다. 대구 출신 판사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 유복했고, 한때는 친박으로 분류됐던 보수정당 주자이지만 "어딘가 화가 나 있어" 보인다. 1975년 고교시절 친구가 교사에게 부당하게 맞았다는 이유로 합천 해인사로 가출하자, 친구를 찾아오겠다며 함께 가출한다. 비록 온화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유승민을 소위 '개기는' 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한때 비박계의 좌장을 자처하던 김무성은 박근혜와 부딪힐 때마다 덩치 값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며 항복했다. 반면에 유승민은 박근혜한테 쫓겨나면 쫓겨나지 절대로 머리 숙이려 하지 않았다. 사실 그는 예전부터 주변 눈치 안보고 자기 할 말 다 하며 소신을 굽히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책 190쪽)

대선주자들에 대한 분석과 더불어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회 심리적 특징을 짚어내는 부분도 눈여겨 볼만하다.

나는 극소수 상류층이 보통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을 '수직적 무시', 보통 사람들이 이웃을 무시하는 것을 '수평적 무시'로 정의한다. 이 정의 따르면 80년대 이전까지의 한국 사회에는 수직적 무시는 있었지만 수평적 무시는 거의 없었다. 반명 90년대 이후의 한국 사회에는 두 가지 무시가 다 존재한다. (책 224쪽)

병적인 사회에서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이데올로기를 선택하지 못한다. 정신 건강이 나쁜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무엇에 기초해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일까? 가장 대표적이고 결정적인 것은 '공포'다. (책 237쪽)

일반적으로 비판 수용을 잘하는 사람은 내면이 센 사람이다. 하지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내면이 약한 사람이다. 비판을 받아들이면 스스로 무너질까, 두려워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연히 후자다. 선거 결과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자아가 약한, 마음에 기둥이나 힘이 전혀 없는, 두려움으로 가득 찬 사람이다. 앞으로 점점 더 인식이 왜곡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다. (책 289쪽)

좋든 싫든 대선가도에 뛰어든 주자들 가운데 한 명을 우리는 선택해야만 한다. 증폭된 사회갈등을 극복하고 위기의 경제와 외교를 제 궤도에 올려놓을 리더는 누구일지, 드러나는 이미지로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어쩌면 우리도 좋은 선택을 위한 준비가 필요한 건 아닐까. 각 후보가 내놓은 정책을 제대로 살펴보고 살아온 내력과 뱉어온 말들도 돌아볼 일이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동원리와 심리 기저도 놓쳐서는 안될 대목이다. '정치에 참여하지 않은 가장 큰 벌은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는 플라톤의 말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김인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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